<이원호의 경제톡> 글로벌 경제 삼키는 ‘킹 달러’

한은, 경기침체 우려로 과감한 결정 어려워??
미국과 공조 없이 각자도생의 길 찾아야?
2022-10-11 10:48:59

달러화 강세 행진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약 20% 정도 절하됐다, 1월 초 1190원대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은 9월 들어 1400원을 돌파했다. 지난 8월 24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340원이 무너진 후 불과 한 달 만에 1400원 마저 내주는 등 절하 폭과 속도도 무척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500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달러화 강세는 비단 우리나라 화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주요국의 화폐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먼저 일본의 엔화는 지난달 초 24년 만에 140엔을 돌파하는 등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약 20% 하락했다. 일본의 경우 막대한 국가 부채 때문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힘들어 엔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도 1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위안/달러 환율은 2008년 2월 이후 처음으로 7.2위안을 돌파했다. 올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약 1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도 미국 달러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중국은 미·중 갈등이라는 외부 악재에 경기 침체의 내부 악재가 더해져 위안화 가치 하락은 방향이 아니라 속도가 문제라는 진단이 나오는 실정이다.

준(準) 기축 통화로 여겨졌던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올해 초 1.35파운드로 시작했으나 9월 들어 1.03달러대를 기록하는 등 달러 대비 파운드화의 가치는 약 23% 떨어졌다. 파운드화의 하락은 영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의 영향이 크다. 초(超)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감세 정책은 재정건전성 악화만 초래할 뿐 시중에 돈을 푸는 효과로 인해 물가 잡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일각에서는 파운드화도 유로화처럼 패리티(1:1 교환) 붕괴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달러화는 주요국 화폐에 대해 올해 들어서만 20% 안팎으로 가치가 상승하는 이른바 ‘킹달러’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그 원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원인은 미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긴축 재정과 더불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1월 초 0.25%였던 기준 금리는 세 번 연속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탭을 거치면서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상단이 3.25%까지 치솟았다. 또한 미연준은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높아지게 되면 신흥국 등에 투자된 자금은 미국으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수준에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이다. 유가 상승과 더불어 액화천연가스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 4월에 비해 가격이 두 배 가량 껑충 뛰었다. 통상 글로벌 시장에서 원자재 대금 결제는 대부분 달러로 이루어지는 만큼 원자재 수입국들은 가격 상승으로 인해 더 많은 달러가 필요로 하게 되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석유와 천연가스의 자급 및 수출이 가능해 원자재 가격 상승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취약한 국가를 중심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달러 가치의 상승이 세계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준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달러화로 결제되는 원자재와 식량 등을 수입하는 국가에서는 자국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수입 가격이 높아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 한국, 일본과 같은 원자재 수입국 및 아프리카의 식량 수입국 등에 해당하는데, 수입품 가격이 상승해 국내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대외적으로는 무역 수지가 악화된다. 반면 미국은 킹달러에 힘입어 수입 물가가 하락하므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얻게 된다. 

하지만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은 자국의 경기 침체와 수입을 감소시켜 글로벌 교역 둔화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의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의 킹달러 전략은 인플레이션을 다른 나라로 전가 혹은 희생을 통해 만들어지는 구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다른 나라의 사정을 고려하는 책임감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1971년 미국의 재무장관 존 코널 리가 말한 “미국 달러는 우리의 돈이지만 당신의 문제다(It’s our currency, but your problem)”을 소환해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미국과 공조는 사실상 없고 각자도생을 길을 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한국은행이 미 연준에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처럼 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커진 가계부채와 경기 침체의 우려 때문에 한국은행이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한미 통화 스와프를 빠른 시일 내 체결해 환율 안정을 꾀하는 한편,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금리 인상)으로 타격을 받게 될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재정정책을 펼쳐 킹달러의 파고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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