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경제위기 디지털 대전환(DX)으로 극복해야

구글 등 美기업 제조·유통·금융·문화 아우르며 디지털 혁명 주도?
韓, 제조·서비스 융합된 혁신적 모델 창출해 수출 강국 거듭나야
2022-09-19 14:46:21

지난 정부 초기 정부, 학계, 경제계의 최대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정부가 이끌어 나가고 학계와 경제계가 호응하는 방식으로 이 주제는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4차 산업혁명의 용어 사용이나 실체에 대한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성장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의 융합이 인류 사회에 가져올 변화가 이전 세대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공감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번졌다. 대부분의 학술 세미나에서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되었다. 학술논문 사이트 디비피아의 2017년 상반기 논문 이용 횟수 상위 50위에 4차 산업혁명 관련 논문이 26편으로 절반 넘게 차지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사업에 골몰했으며, 기업들도 미래에 뒤처지지 않게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신규 사업 검토를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일부 이견도 있었지만 우리 경제가 나아가할 방향은 틀림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멀어진 이유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실체가 모호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너무 강조한 측면도 있었다. 사실 그동안의 과정을 산업혁명으로 부르기에 부족하고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었다. 최근의 놀라운 변화는 70년 전부터 시작된 디지털 기술들이 융·복합을 통해 파급효과를 내는 ‘디지털 혁명의 심화’라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 사용은 쏙 들어갔지만, 이 분야에서 기술적 진보와 성과가 기존 산업에 적용되는 디지털 혁명은 현재진행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대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것이 바로 디지털 혁명의 심화 혹은 응용 과정이다. 디지털 대전환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블록체인, 로봇,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기술들이 시장 수요에 맞춘 비즈니스 모델로 재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즉, 디지털 혁명을 통해 쌓인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 활동의 전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행위다. 따라서 이전에 사용했던 ‘4차 산업혁명’이 디지털 융·복합 과정에서 태어나는 다양한 분야를 말한다면, ‘디지털 대전환’은 디지털 기술이 기존의 생산, 금융, 유통 방식 등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 나가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DX가 제조업에 응용된 성공적인 사례로는 독일 기업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을 꼽고 있다. 여기서는 가상세계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현실을 분석·예측할 수 있는 기술인 디지털 트윈을 적용해 생산과 품질 향상과 생산기간을 단축해 다품종·대량생산은 물론이고 다품종·소량생산에서도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현재 암베르크 공장은 우리나라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 경영자들이 현장 방문하는 성지로 자리를 잡고 있다. 

유통 부문의 사례로는 중국의 인터넷 쇼핑몰 기업인 알리바바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알리바바는 이미 2018년에 ‘사물인터넷(IoT) 미래단지’라는 물류창고에 로봇을 가동해 택배 포장과 운송 업무 시간을 크게 줄여 나갔다. 이듬해에는 인공지능 시스템과 빅데이터를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했다. 광군제 기간 동안 어느 지역에서 어떤 상품이 얼마나 팔릴 것이라는 AI 시스템의 분석 결과에 따라 제조업체에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물류 창고에 미리 입고하라고 통보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하루 약 13억 개에 달하는 소포를 48시간 내 중국 전역에 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럼에도 DX 혁신은 구글, 애플, 테슬라,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즐비한 미국이 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 기업들은 제조나 금융, 유통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 내 업무와 조직, 문화까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변화시키는 총체적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DX 혁신을 이용해 미국 내 제조 시설을 늘려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 디지털 대전환으로 나아가는 선택의 귀로에 서있다. 우리는 그동안 제조 강국, 수출 대국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룩한 바 있다. 하지만 세계화의 종말 조짐과 고물가 시대의 진입, 저 출산 등 대내외적인 영향으로 장기적인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제조업과 수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디지털 대전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강국의 이점을 살려 기존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합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조 강국, 수출 대국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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