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매파 본색을 드러낸 잭슨홀 미팅

고금리 장기간 지속 우려로 세계 증시 하락세
한국은행 연말 기준금리 3% 유지 여부 관심
2022-09-06 15:20:52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이라는 휴양지에 개최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1978년 농업학술 대회로 시작했으나 처음 몇 해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1982년 당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응해 유례없는 고금리 정책을 추진한 폴 볼커(Paul Volcker)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이를 반대하는 학자들과 토론을 기획하면서부터 점차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매년 장소를 바꾸어 가면서 열리던 심포지움이 잭슨홀에 고정된 것도 이때부터다.

1986년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경제정책과 금융정책 주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지금은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 재무장관, 경제학자들이 참석하며, 이들의 발언이 경제와 금융시장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서 매년 8월이면 잭슨홀 미팅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올해는 미연준이 두 차례에 걸쳐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는 등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잭슨홀 미팅이 열려 향후 미국의 금융·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잭슨홀 미팅 전 시장의 예상은 엇갈렸다. 긍정론자들은 글로벌 공급망이 안정되고 그동안 단행된 금리인상의 효과로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이제는 지나친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의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파월 의장이 올해 들어 매파에 가까운 발언을 이어갔지만, 지난해까지 만해도 연준 내에서 대표적인 비둘기파였다는 점을 들어 그의 성향이 비둘기파에 기반을 둔 매파라는 이른바 ‘매둘기(매+비둘기)’에 가깝다고 보았다. 파월 의장이 지나치게 매파적인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 희망했다.

반면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고 연준 내 강경론자들의 입김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파월 의장이 매파적 자세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올해 초 연준이 목표 인플레이션인 2%에 도달할 때까지 강력한 통화정책을 추진할 것이라 공표한 만큼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에 연준이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따라서 잭슨홀 미팅에서 내년에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파월 의장은 강경 노선을 택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6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연준의 목표는 물가 상승률을 2%로 되돌리는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그는 “가격 안정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며, 우리의 강력한 수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해 다시 한 번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과정에서 가계와 기업에 어느 정도 고통이 발생하겠지만, 가격 안정이 회복되지 않으면 더 큰 고통이 온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당분간 강력한 통화정책을 펼쳐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9월 2일 기준 세계 주식의 시가총액은 파월 의장의 발언 직전인 8월 25일에 비해 4조9000억 달러(약 6679조원) 감소한 95조6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중에서 미국 주식의 감소분이 약 3조 달러로 집계되어 전체의 약 60%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경기침체의 우려와 금융시장의 동요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긴축 통화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과거 연준이 어중간한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 조짐에 대해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급등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말해 현재의 사태를 키웠다는데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도 고려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에 우리 경제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 대책에 분주한 마당에 환율이 1370원을 돌파하는 등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수입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또한 한·미간 금리 역전도 불가피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잭슨홀 미팅에 참석하고 돌아온 직후 “한국의 통화정책은 정부로부터 독립했지만 연준의 통화정책으로부터는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매파적 정책에 우리 경제가 휘둘리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뿌리 깊은 뇌관인 가계부채 등 내부적인 문제를 생각하면 무작정 미연준의 정책에 동조할 수도 없다. 외우내환이 겹친 상황에서 이창용 총재가 제시한 연말 기준금리 2.75~3%라는 가이던스가 흔들림 없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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