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저무는 대중(對中) 무역 흑자 시대

한중 수교 30년간 무역흑자 7099억달러
기술격차 좁아지면서 무역서 변화 조짐?
미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서 기회 찾아야??
2022-08-29 12:02:32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24일 서울과 베이징에서 동시에 개최되었다. 최근 미중 갈등과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행사 규모가 다소 축소되었지만 양국 정상은 지속적인 한중관계 강화의 메시지를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만나 협의할 것을 기대했다. 시 주석도 윤 대통령과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측은 그 동안 양국 관계의 눈부신 발전을 언급하면서, 최근 미국 주도로 진행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우리 정부가 중재자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한중 수교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동맹 관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국과 교역을 통해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수교 첫해인 1992년 1억71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후 올해 7월까지 30년간 흑자를 달성했다. 무역협회에서 집계한 수치에 따르면 흑자 원년인 199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중국과 무역에서 기록한 무역흑자 규모는 총 7099억 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과 무역에서 기록한 누적 흑자가 3066억 달러에 그친 점과 비교하면 중국과 교역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기여한 바는 엄청나게 크다.

그렇다고 한중 무역이 우리나라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것은 아니다. 중국도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재가공하는 방식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현재 세계 최대의 수출 대국과 최대의 무역 흑자국으로 우뚝 섰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이 보여준 놀라운 성장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한국은 중국으로 수출을 통해 대규모 무역 흑자를 시현하고, 중국은 한국산 중간재를 매개로 글로벌 시장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등 서로서로 ‘윈-윈’하는 국제 분업 구조의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중간 무역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대중국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1992년 10월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상반기 중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품목에서 대중국 무역수지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속 적자의 원인에 대해 무역협회는 ‘최근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 진단’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경기 둔화 ▲2차 전지 핵심 소재의 수입 급증 ▲반도체 제조용 장비, 자동차 부품, 석유 제품, 화장품과 같은 주력 품목의 수출 감소 등을 지적하고 있다.

첫 번째로 지적된 ‘중국의 경기 둔화’와 관련해서는 외생·단기적 요인으로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로 언급한 ‘핵심 소재의 수입 급증’과 ‘주력 제품의 수출 부진’은 다소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즉, 한국에서 수입한 중간재를 중국이 완제품으로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던 분업체계가 중국의 기술 굴기와 주요산업 내재화로 인해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중국산 핵심 소재·부품의 수입이 갈수록 증가해 무역수지 적자 현상이 고착화될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과 중국의 기술 수준의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작성한 ‘2020년 기술 수준 평가’를 보면 120개 중점과학기술 전체를 종합한 우리나라의 기술수준과 격차는 최고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대비 80.1%, 3.3년으로 평가되었는데, 중국 역시 미국과 대비한 격차가 80.0%, 3.3년으로 나와 한국과 중국의 기술 수준은 사실상 같다고 말한다. 더욱이 2018년 대비 한국의 기술 수준 향상은 3.2%에 그치고 있지만 중국은 4.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빠른 시일 내 한·중 기술 역전 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중국이 더 이상 우리의 최대 흑자국이 아닐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 이외의 대체 시장 발굴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갈수록 치열해 질 중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기술 격차 유지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가야 한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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