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또 가격인상' 문제없나…신동원 '뉴 농심' 어디에

'매출 라면 쏠림' 위기 대응에 취약, 농심만 실적 빠져
사업다각화 등 노력없이 소비자에 리스크 전가 안돼
김두윤 기자 2022-08-24 13:39:07

농심 신라면 가격이 1년만에 또 오른다.과자값도 5개월만에 또 오른다. 원가부담이 커져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농심의 설명이지만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사들의 실적은 개선됐다. 사업다각화 등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해법 마련에 실패해 '손쉬운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만 키운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한다는 지적이다.

농심이 라면과 과가 가격을 재인상하면서 정부의 물가관리에 부담이 더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국내 한 대형마트 매대에 진열된 신라면

농심은 다음달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다고 밝혔다. 라면은 1년만에, 스낵은 5개월만에 추가인상이다. 신라면의 경우 지난해 8월 7.6% 인상된 가격에서 다음달엔 또다시 10.9% 뛰게됐다. 올해 3월 올해 7.2% 오른 새우깡 역시 또 6.7% 오른다. 소비자 부담은 그만큼 커지게 됐다.

농심 측은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원가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원가인상 압박을 감내해왔지만, 2분기 국내에서 적자를 기록할 만큼 가격조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라며 “특히, 협력업체의 납품가 인상으로 라면과 스낵의 가격인상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감안해 추석 이후로 늦췄다”라고 강조했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4925억원과 영업이익 38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16.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4% 감소했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5.4% 떨어진 43억원을 기록했다. 해외법인을 제외한 별도기준 2분기 영업이익은 30억원의 적자다. 추락하는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 경쟁사들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실제 삼양식품은 연결기준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59.1%, 영업이익은 81.3% 급증했다. 수출 급증에 환율 상승 효과를 제대로 봤다. 특히 2분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역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 중 라면은 69.1%에 달한다. 수출국과 불닭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도 그 배경으로 꼽히다. 같은 기간 오뚜기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4.3%와 23.5% 증가했다. 특히 오뚜기는 사업다각화로 라면 외 사업 비중이 크다. 상반기 기준 오뚜기의 라면 비중은 25%대다.

신동원 농심 회장(좌측)과 이병학 농심 대표

증권가에선 라면 비중과 사업다각화에서 성적이 엇갈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농심의 매출중 약 78.9%가 라면사업에서 나온다. 라면중에서도 ‘신라면’ 비중이 높다. 특히 농심이 해외 현지생산과 판매를 강화하면서 삼양라면처럼 환율 상승 효과도 보지 못한 모습이다. 농심은 전체 매출 중 해외 실적은 30%에 달하지만 해외 현지 공장 출고분을 제외하면 10% 내외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유럽에서 판매된 '신라면 레드' 등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회수 조치를 받는 등 안전 불안감이 커진 것도 매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농심의 1년만의 라면값 인상이나 5개월만의 과자값 인상이 과연 적절하느냐는 물음표가 나온다. 위기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경영판단의 결과를 소비자들이 대신 부담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앞서 신동원 농심 회장은 ‘뉴 농심’의 기치를 내걸고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대체육과 콜라겐 등 사업영역 확대에도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 특별히 달라진 것 없는 매출 포트폴리오에 실적 마저 '나홀로 뒷걸음질'을 치면서 부친인 고 신춘호 농심 회장의 빈자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신 회장은 상반기에 국내 라면 3사 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7억3700만원의 보수를 받으면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올해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병학 농심 대표 역시 본격적인 능력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다음 증권 캡쳐

한편. 이날 농심 주가는 6%대 급등세다. 이번 가격인상으로 농심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농심과 주주들은 웃게 됐지만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린 정부와 생활비 걱정이 커진 서민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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