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복합위기의 해결책 제시해야

현 경제 상황 스태그플레이션 목전
금리인상 최소화, 서민 지원책 필요??
2022-07-11 11:17:39

지난 4일 추경호 경제 부총리와 이창용 한은 총재, 최상목 경제수석,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국내 경제·금융 수장 5인이 은행회관에서 만나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평소 한자리에 모이기 힘들 이들이 회동을 한 이유는 국내외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1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모임에서 경제 수장들은 현 상황을 ‘복합위기’라 진단하면서 주요 이슈들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성장둔화’로 나타나는 최근 경제 흐름은 상당히 우려가 된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것은 치솟는 물가다. 6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승세라면 7%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로 글로벌 부문이 여전히 불안한데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의 변수가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복합위기 시 급격한 물가 상승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만 금리 인상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경제 정책 과정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는 물가가 상승하면 기준금리를 인상해 물가 안정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복합위기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이 자칫 서민 경제 붕괴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의 경우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를 두기도 한다. 미국 통화 당국의 입장은 경기 침체를 각오하더라도 물가를 잡을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적으로 단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실제로 미 연준은 지난 두 달간 기준금리를 1.25%나 올린데 이어 이번 달에 다시 한 번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예고하는 등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행도 물가 안정과 한미 금리 역전 우려에 대비해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달 13일로 예정된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지속적으로 인상하기에는 산적한 문제가 너무 많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로 인해 미국처럼 금융통화 정책을 자유롭게 펼치기 힘든 실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최근에 나온 보고서도 미국에 동조해 급격히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보다는 국내 여건에 맞게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 인상을 조절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높아지지만 하락 속도도 빨라 후생의 관점에서 더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조기에 잡으려다 보면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 단계라 간주하고 접근하는 방법이 바람직해 보인다. 즉,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기 침체의 우려가 나타날 시에는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재정의 역할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결정할 때 물가뿐만 아니라 금융 불안 요소 등을 고려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물가 상승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 현상 등 외부적인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이 해소될 때까지 금리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 정책(금리 인상)의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한계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을 추구하면서 긴축으로 전환하고 있는 새 정부의 거시경제정책이 현재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서민들에게 과연 바람직한 정책인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이 적절하게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