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소리없이 다가온 중국산 전기버스

품질 경쟁력 내세우며 국내 점유율 47% 차지
中전기차 상륙하면 국내업체와 경쟁 불가피
보조금 지급 등 국내 제조사에 지원대책 절실
2022-06-27 15:26:38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시장 진출이 가시화 되고 있다. 특히 전기 버스의 경우 우리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에 힘입어 중국산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9년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7.6%를 기록한데 이어 이어 올해 1분기에는 46.7%로 급증했다. 더욱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기버스의 주요 부품도 중국에서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 잠식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국내 1, 2위 버스운송업체인 KD운송그룹과 선진그룹이 중국산 전기버스를 직수입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기존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전기버스를 국내 총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수입함으로써 도입 비용을 더 낮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일부 전기버스 생산업체들은 중국버스를 CKD 방식으로 들여와 조립·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름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 현대자동차와 에디슨모터스 등 국내 전기버스 생산업체마저 자국 시장에서 입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소리 소문도 없이 국내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게 된 원인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중국산 버스의 월등한 가격 경쟁력이다. 국산 전기버스의 가격은 3억 원 중후반을 형성하는데 비해 중국산은 2억 원대로 1억 원 이상 싸다. 여기에 전기버스 보조금(대형 기준 7000만원)을 포함해 각종 보조금을 받으면 약 1억 원의 비용만으로 기존 버스에서 전기버스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운송업체들이 중국산 전기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둘째, 국산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은 품질 경쟁력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산 전기버스에 탑재된 리튬인산철 배터리(LFP)는 제조 원가는 싸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KD운송그룹이 수입하는 중국 CHTC킨윈사社의 전기버스는 환경부 인증 기준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428㎞을 기록해 리튬이온 베터리(SK이노베이션 제품)를 탑재한 현대자동차 전기버스인 일렉시티의 420㎞와 차이가 없다. 품질 경쟁에서도 중국산이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셋째,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선입견의 약화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중국산의 낮은 품질 수준과 안정성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구매가 망설여졌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기차로 넘어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전기차 개발은 각국이 비슷한 출발선상에서 시작해 브랜드 차별성이 약하다. 더욱이 일부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 전기차가 글로벌 수준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나마 승용차 시장은 개인의 선호가 변화하기 쉽지 않지만, 상용차는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값싸고 품질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면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중국산 전기버스가 순식간에 국내 시장의 약 절반을 잠식한 이유이다.

중국산 전기버스에 맞서 현대자동차는 2025년까지 전기 상용차의 라인업을 17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전기차 1종과 수소차 1종에 더해 전기차 7종, 수소차 10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전기버스 생산업체들은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물량 공세가 앞으로 다 거세진다면 영세한 국내 업체들은 중국 업체에게 인수·합병되거나 조립 공장으로 전락해 국내 전기버스의 생산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전기버스 시장의 규모는 연간 2만7000대에 불과해 중국산이 시장을 잠식한다 해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중국이 전기버스 다음으로 시장 규모가 훨씬 더 큰 전기 승용차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국산 전기버스 생산업체들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보호가 절실하다. 실제로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자동차는 개발과 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경쟁력을 갖게 된 데는 ‘중국에서 생산되고 운행되는 전기버스’에 한해 지원금을 보조하는 정책이 한 몫을 담당했다. 미국 또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해 70% 이상 자국산 부품 사용과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현행 제도를 개선해 일정한 비율의 국산 부품 사용과 국내에서 생산한 전기버스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내 전기버스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해 우리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기버스가 향후 거대한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첨병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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