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 심화' 기준금리 두달 연속 오르나

4월 소비자물가지수 13년 6개월만에 최고치…美 '빅 스텝' 초읽기
금리 인상 가속화…증시 약세장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2022-05-03 13:25:05
소비자물가에 비상이 걸리면서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지 귀추가 주목된다. 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에 비상이 걸리면서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3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이른바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경우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 전기요금 인상, 계속되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수요 회복 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대로 올라선 뒤 5개월간 3%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3월(4.1%) 4%대를 넘어섰는데, 지난달에는 4% 후반으로까지 뛰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 가격이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전기·가스·수도 가격 오름폭도 확대됐다"며 "물가 상승 폭이 전월보다 0.7%포인트 확대된 것은 석유류, 전기·가스요금 오름폭이 커진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기대인플레이션도 오르고 있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2013년 4월(3.1%)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이 수준이 높아질수록 경제주체들은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여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을수록 임금 인상 압력도 커진다.

이에따라 한은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게 됐다. 한은은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두 달 연속 인상이 된다. 이번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는 신임 이창용 한은 총재가 위원장으로서 처음 주재하는 회의다.

현재 미국의 '빅스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점도 추가 금리인상에 힘을 더하는 요인이다. 오는 3∼4일(현지시간) 열리는 연준 FOMC 정례회의에서는 이른바 '빅 스텝'이 유력시되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0.75%포인트나 끌어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그만큼 현재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6% 상승했다. 1982년 1월(6.9%) 이후 40년2개월 만의 최고치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2일 미국 국채금리는 3년5개월 만에 3%를 돌파하기도 했다. 2018년 12월 이후 3년5개월 만에 첫 3% 돌파다. 초장기물인 20년물과 30년물 금리 역시 각각 10bp 이상 급등하며 3%대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너무 빠른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에 부정적인 만큼 신중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가상승률이 정점에 달했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공개한 자산배분 월보를 통해 이달 인플레이션 압력이 정점을 통과하면서 낙폭의 일정부분 되돌림을 전망했다. 미국 언론들도 투자은행 UBS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월에 정점을 찍었으며 앞으로 급격하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현재 인플레이션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는 것이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25일 "물가 상승,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 따라서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계속될 텐데, 어떤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지는 데이터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금통위원들과 논의하겠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따라 증시 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증시의 한 전문가는 “유동성이 풀리면서 금융시장이 뛰어오른 상황에서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갈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장기 약세장으로 접어들거나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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