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퍽펙트 스톰이 몰려온다

우크라이나 사태, 美긴축 재정, 中경제둔화 가능성
글로벌 리스크를 전담하는 컨트롤 타워 설치 시급
2022-05-02 17:38:03

지난해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여 왔던 글로벌 경제가 올해 들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시작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각국이 무제한으로 살포한 유동성 확대가 원인이다. 인플레이션 초기에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처음 제기되었을 때만해도 미연준은 금리 인상 등의 대응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물가 상승보다는 고용 확대, 즉 경기 부양에 더 관심을 두는 정책을 고수했다.

하지만 연말을 기점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물가 상승 압력에 미연준의 태도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연초에 이미 기준 금리 인상을 사실상 공식화하는 한편,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대차대조표 축소와 같은 적극적인 긴축 정책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주요 도시들이 봉쇄되자 글로벌 물류 대란이 심화되고 중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더욱이 글로벌 경제 위기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하면서 방점을 찍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엔데믹 이후 각국이 펼치게 될 경제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말았다.

따라서 현재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세 가지 리스크는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의 긴축 재정 정책 ▲중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제 유가 및 곡물 가격의 상승을 유발한다. 석유와 천연가스 상승의 경우 선진국을 비롯해 우리나라, 중국과 같은 공업 생산 비중이 높은 국가에 타격을 준다. 그리고 곡물 가격의 상승은 국제 상품 가격의 불안정성과 후진국의 식량 자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이 지역과 지리적·경제적으로 밀접한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의 심화로 금리 인상의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미연준은 기준금리를 0.25% 한차례 인상한 후 점진적인 인상을 시사했다. 하지만 1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2월~4월 사이에도 계속 상승하자 태도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비둘기파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 온 파월 미연준 의장도 매파로 돌아서는 등 미국의 기준 금리는 연초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이치방크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연준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5~6%까지 올릴 것이며, 미국 경제가 내년 중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가 더 큰 문제라 말한다. 미국 경제의 침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중국은 지난해부터 불거진 부동산 문제와 더불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급속한 경기 냉각, 미·중 갈등의 지속 등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물론이고 주요국들이 도미노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가려져 중국 경제의 위기를 간과하고 있지만 중국 문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악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글로벌 리스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석유 가격의 상승으로 무역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원화의 약세를 초래해 금융 시장을 불안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의 둔화는 우리 수출과 산업 생산을 위한 원부자재 조달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리스크를 전담하는 컨트롤 타워를 설치해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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