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중국발 위기 대응책 마련 시급하다

배터리, 반도체 등 중국 의존도 지나치게 높아?
일본과 소재부품 산업 갈등 반면교사로 삼아야
2022-04-25 15:35:19

한때 ‘세계의 공장’이라 불렸고 내수가 커지면서 세계 시장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에는 중국 2위의 부동산개발업체 헝다(恒大)그룹의 디폴트로 부동산과 금융 시장이 휘청거렸다. 올해 들어서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주요 도시들의 봉쇄로 생산과 소비 모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중국 최대의 상업 도시인 상하이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경제의 장기 침체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블룸버그와 로이터가 각각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4.2%와 4.4%를 웃도는 수치이지만, 정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5.5%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최소한 5%대의 성장률은 유지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무너진 점은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부진의 결과는 내수 침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라는 강력한 방역 정책 덕분에 코로나 팬데믹에서 가장 먼저 벗어난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역으로 지나치게 엄격한 정책으로 인해 소비와 서비스업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현재진행형인 상하이 봉쇄의 영향이 1분기 경제에 반영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사태마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 중국 경제가 더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경제의 침체가 단지 중국 내부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중국 리스크가 다소 묻히는 경향이 있지만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당장 상하이 봉쇄의 여파로 물류 대란이 발생하면서 테슬라,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에 차질을 빗고 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터리와 반도체 등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배터리 관련 수입의 80.2%, 반도체 관련 수입의 30.6%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휴대전화와 자동차 관련 제품의 수입도 중국 비중이 각각 25.0%, 12.3%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대부분이 차이나 리스크의 한가운데 노출된 셈이다.

수출 부문 역시 걱정이 된다.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으로 25.3%에 달한다. 주력 상품인 반도체의 중국 비중은 약 40%에 달하며, 그밖에 다양한 중간재와 소비재 품목이 중국 시장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는 우리나라의 철강과 기계류 등의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중국의 내수 경기 부진은 화장품, 가전제품 등의 소비재 품목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중국의 경제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이나 리스크는 수출과 수입 모든 부문에서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대비책 수립이 시급하다. 먼저 수출 시장의 다변화는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또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반도체 제품에 들어가는 원자재의 국산화 비중을 높이는 전략도 필요하다. 몇 년 전 일본과 무역 갈등으로 우리나라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한 바 있듯이 중국으로부터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기업 경쟁력을 높여 가야 할 것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세 가지 리스크 요인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의 긴축 ▲중국의 경기 침체를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중국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나 미국의 긴축에 비해 주목을 덜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 의존도를 감안하면 이 또한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중국 변수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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