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의 무거운 어깨

금리 통해 가계부채 해소, 경제 연착륙 과제
미 금리 인상 속 어떤 통화정책 쓸지 관심? ?
2022-04-04 16:27:23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이 후보자의 지명 배경에 대해 청와대는 “풍부한 식견과 경험, 글로벌 네트워크 감각을 바탕으로 국내외 경제금융상황에 대응하는 효율적이고 안정적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떠나는 이주열 한은 총재도 유튜브로 중계된 송별 간담회에서 ’본인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며 후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이 후보자의 지명을 두고 청와대와 인수위 사이에서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절차상의 문제를 두고 발생한 갈등으로 그의 인선 자체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부정적인 목소리를 찾기 힘들다. 특히 시장에서는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어려운 대내외 상황을 잘 풀어나갈 구원투수로 반기는 분위기다. 이 후보자가 학계와 정부, 국제기구 등에서 경험을 두루 갖춘 보기 드문 경제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시장의 관심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금리 인상 여부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사이에서 수장이 바뀐 한은이 어떤 통화 정책 방향성을 가질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이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그의 의중을 읽어 내는데 골몰하고 있다.

먼저 금리와 관련해서는 한은의 현재 금리 인상 기조를 이후보자가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고공 행진 중인 데다 미연준이 금리 인상 수준을 높여가고 있어 긴축 통화정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 금리인상을 통한 가계부채 감소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경기부양과 관련해서는 한은이 정부와 협력해 나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물가와 성장이 같은 방향으로 가면 정부 정책 조율이 쉽지만, 물가와 성장이 반대로 갔을 때는 당연히 성장을 많이 책임져야 하는 정부와 물가를 고려하는 중앙은행 사이에 긴장관계가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면서 이를 조율하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라 말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물가에 비중을 두고 있지만 통화정책, 재정정책, 구조조정정책 국가의 전반적인 경제정책에 대해서 정부와 엇박자를 내지 않고 한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한은의 특성상 금리와 관련된 결정은 독립 기관으로서 역할을 착실하게 해나가겠지만, 금리 문제를 제외한 거시 부문은 정부와 정책 공조를 해나가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특히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리를 통해 연착륙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시장에서는 이후보자가 정부 정책과 협력하는 비둘기파에 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후보자 본인은 “데이터 변화에 따라 어떨 때는 매파가 되기도 하고 비둘기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지만, IMF에 오래 있었고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세계경기 침체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비둘기파 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5월부터 미연준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을 비추는 반면, 국내에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50조 추경 예산 편성 등 강력한 경기 진작책을 예고하는 상반된 상황에 직면해 한은이 어떤 통화정책을 내놓을지가 신임 한은 총재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이후보자에게 많은 기자들이 달려갔다. 마치 유명인의 귀국 현장 같았다는 후문이다. 한은 총재 지명자에 대한 관심치고는 의외로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이는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가 높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대내외 경제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임 한은 총재의 역할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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