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금리 인상 후 미국 경제 어디로 가나

미 연준, 물가인상 우려 있지만 상승폭 제한 낙관
스테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면서 시장 예의주시
2022-03-22 17:32:26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단행되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지난 16일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연방기금금리를 0.25%p 올렸다.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로 2018년 12월 이후 3년 3개월만이다. 더불어 올해 6차례에 걸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연내에 기준금리가 2%까지 올라갈 수도 있게 되었다.

사실 이번에 금리 인상을 결정하기까지 연준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의 조짐은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조짐을 보였다. 2021년 5월 12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전년 대비 4.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연준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통상 인플레이션이 2%만 넘어도 위험하다고 경고하던 전례로 비추어볼 때 상당히 위협적이지만, 당시 연준은 물가상승이 일시적인(transitory) 현상에 그칠 것이라 말했다.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회복에 비중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 생각했던 인플레이션이 강도 높게 지속되었으며 물가의 상승 폭도 갈수록 커졌다. 결국 지난해 연말에는 연준이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의 속도를 높이고 내년(2022)년에는 금리를 3회 정도 인상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2020년 9월 ‘평균물가 목표제’ 도입과 함께 고용과 경기  회복에 무게를 둔 정책에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올해 들어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1월과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 7.9% 올랐다. 지난해 12월(7.0%)부터 3개월 연속 7%를 웃돌았다. 특히 2월 7.9% 상승은 1982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이며, 시장 전망치 7.8%도 상회하는 수치다. 따라서 3월 기준금리 인상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금리를 올리는데도 시장의 반응은 의외의 차분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의미하므로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 발표 후 뉴욕 증시는 나스닥 3.77%, S&P500 2.24%, 다우평균 1.55% 각각 올랐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하루 증가폭으로는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많이 뛰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시장 반응의 원인은 먼저 불확실성이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해 말부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왔다. 이에 따라 증시는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를 중심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는데, 이번에 금리 인상을 단행함으로써 리스크가 해소되었다는 안도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으로 금리 인상 발표 직후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시장을 안심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오래 갈 것이고,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한다는 발표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2023년 내로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The probability of a recession within the next year is not particularly elevated’)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변수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는 가운데 연준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시장의 환호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의 회견문은 ▲인플레이션의 위협이 예상보다 오래갈 것 같지만 결국 2%대에 머물 것이다. ▲경기침체 가능성은 높지 않고 총수요는 매우 강한 편이다. ▲물가안정도 중요하지만 강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여러 차례 금리를 인상할 요인이 되지만, 미국 경제가 충분이 이겨낼 체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강력한 노동시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혼재하는 현재의 상황이 결코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 예일대 교수는 국내 한 언론사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공격적 정책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연준의 금리인상 시나리오가 경기침체(스태그플레이션)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의 사이에서 셈법이 복잡해진 연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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