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소액주주들, 올해도 '건설업 배당금 잔치'서 빠져

역대 최고 실적에도 '12년째 무배당'에 소액주주, 직원들 불만
2022-03-11 12:58:58
대우건설이 역대 최대 실적에도 무배당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왼쪽)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금을 대폭 늘리는 건설사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대우건설은 올해도 무(無)배당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면서 일부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12년째 무배당이다. 앞서 대우건설이 2년 연속 호실적을 기록하고 국책기관인 산업은행에서 민간기업인 중흥그룹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배당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주주들의 기대감이 커진 바 있다. 과거 어려워진 회사를 돕기 위해 쌈짓돈을 꺼내 될 떄 마다 주식을 사들였던 직원들 역시 이들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다.

11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21년도 배당금으로 보통주 1주당 4200원을 결정했다. 지난해 배당금(300원) 대비 2배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삼성물산은 오는 18일 오전 9시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확정한다.

DL이앤씨 역시 배당금을 전년대비 두배로 늘렸다. DL이앤씨는 보통주 1주당 2700원을 결정했다. GS건설은 보통주 1주당 1300원으로 전년대비 100원 올렸다. 3년 연속 상승이다. DL이앤씨는 오는 24일, GS건설은 25일 정기주총을 연다. 현대건설은 배당금을 전년수준으로 동결됐다. 하지만 이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별도 조정 순이익 기준 20~30%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산 등 재계 전반적으로 배당금을 늘리는 분위기 인데다가 지난해 주택시장 호조로 실적이 좋아진 것이 배당 확대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우건설 투자자들은 이같은 '배당잔치'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9일 열리는 대우건설 주주총회 안건은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 및 임기결정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으로 이익배당에 관한 내용은 없다.

이에따라 무배당 기록도 12년째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에 인수된 2010년 이후 배당을 하지 않았다. 결손으로 2016년~2018년도는 배당 지급이 불가능한 때 도 있었지만 그 이후에도 빠듯한 곳간 사정으로 배당은 하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대우건설의 연결기준 2021년 매출액은 8조6852억원, 영업이익은 738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7%, 32.2% 증가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1973년 대우건설이 설립된 이래 최고치다.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2826억원에서에서 4849억원으로 71.6% 급증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국내에서 2만8344가구를 공급하며 3년 연속(2019~2021년) 국내 주택공급 1위 자리를 지켰다. 대우건설은 2020년에도 매출액 8조1367억원, 영업이익 5583억원, 당기순이익 2826억원을 기록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2018년 인수전이 벌어질 때부터 주식을 보유중이라는 직장인 A씨는 "회사 사정이 힘들때는 이해했지만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중흥에 인수된 뒤에도 무배당 정책을 이어가는 것은 용납하기가 힘들다"며 "다른 기업은 주주가치 제고라며 각종 주주환원 정책을 쏟아내는데 대우건설은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과거 대우건설이 주가부양에 비상이 걸렸을때 회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주식 사기에 동참한 직원들중에서도 비슷한 쓴소리가 나온다.

대우건설 배당정책 기조가 곧바로 바뀔 지는 미지수다. 중흥그룹은 재무구조가 개선될 때까지 배당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앞서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주식매매계약 체결식에서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이 100%대까지 내려오기 전까지는 배당을 받지 않고, 기존 주주들에게 배당이 돌아갈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말 기준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225.1%다. 당시 “일반 주주들은 법리적 해석을 해보고 배당할 계획”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결국 올해 주총 안건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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