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군산형 일자리’ 성공 가능성 보인다

美전기차업체와 위탁생산이어 中업체와 트럭 생산 희소식
지나친 해외의존 부담 우려…국내 대기업과 협업 방안 필요?
2022-03-07 12:00:01

‘군산형 일자리’는 군산에 위치한 주력 제조업체들이 연달아 문을 닫으면서 찾아온 고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출범한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군산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과 한국GM 공장이 실적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의 여파로 공장 폐쇄가 결정되자 지역 경제는 초토화되었다.

특히 한국GM은 군산경제의 1/4 이상을 차지했을 만큼 비중이 커 공장 폐쇄의 충격파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2021년 2월 25일 옛 GM 군산공장 부지에 중견·중소기업 중심의 전기차 클러스터를 조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이른바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지정했다.

그런데 군산형 일자리는 완전히 새롭게 기획된 아이디어 사업은 아니다. 그 이전에 출범한 ‘광주형 일자리’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광주형 일자리란 지자체와 기업이 협력하는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광주광역시와 현대차 간 합의를 통해 기존 완성차업체의 절반 수준 임금을 유지하는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문화·복지 등의 지원을 통해 보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019년부터 진행된 광주형 일자리는 현대자동차의 경차 ‘캐스퍼’가 2021년 9월 29일 공개되면서 2년여 만에 첫 결실을 맺었다. 캐스퍼는 사전 계약 첫날 2만대 가까이 계약이 몰리면서 베스트셀링 모델로 등극했다. 대통령도 사전 계약에 참여하는 등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사회적 관심은 높다. 물론 현대자동차가 노조와의 관계를 고려해 향후 기술 개발과 생산성 제고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성공적으로 사업이 진행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군산형 일자리는 광주형 보다 더 열악한 상태에서 출발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역의 주력 산업인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의 폐쇄로 인해 경제가 황폐화되어 신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현대자동차라는 든든한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광주형과는 달리 군산형은 중견·중소기업 중심으로 계획되어 있어 자금 조달이나 사업의 추진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GM 군산공장을 인수하고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 기대되었던 명신의 사업은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었다. 대기업에 비해 기술과 자금력이 떨어지는 명신은 중국의 전기차 생산업체인 바이튼의 위탁 생산을 계획했지만 바이튼의 부실화로 계약이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지원 없이 중견·중소기업만으로 구성된 군산형 일자리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가시적인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군산시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군산형 일자리 중간 브리핑에 따르면 명신이 미국 전기차업체와 위탁생산을 체결해 2023년 하반기부터 연 8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명신은 중국의 최대 민영 완성차업체인 지리자동차와 손잡고 전기 트럭 개발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해외업체들과 손잡고 전기차 위탁생산 및 공동개발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이 성공한다면 지자체와 중견·중소기업이 상생을 통해 공동화된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좋은 선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업이 지나치게 해외 자본과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해외업체의 변심에 따라 지역 경제가 또 다시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순항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자동차라는 대기업의 통 큰 결단이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이 점을 참고해 군산에서도 국내 대기업의 참여와 지원을 이끌어 내어 성공 가능성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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