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에 건축자재값 급등…건설업계 '삼중고(三重苦)'

원자재값 급등에 건축자재 단가 인상 요구 봇물
분양시장 시들해지고 사고 처벌 가능성은 높아져
2022-03-03 13:55:45
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 차량이 레미콘 선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분양 열기가 식어가는 가운데 원자재값 고공행진에 하도급업체들의 단가 인상요구까지 거세지면서 건설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 중대재해법 시행 역시 건설사의 경영 부담을 키우는 요인중 하나로 꼽힌다.

3일 철근콘크리트연합회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 하도급 업체들은 전일 공사대금 증액을 요구하며 전국 30여개 건설현장에서 골조 공사를 중단했다. 공사가 중단된 곳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15곳, 지방 17곳으로 전해졌다.

연합회는 지난달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가 급등한 만큼 철근콘크리트 계약 단가를 20% 가량 올려주지 않을 경우 단체 행동을 취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이달 1일까지 건설사들이 손실 보전에 대한 보상을 확약서 양식으로 보내주지 않을 경우 '셧다운'(공사중단)도 불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고, 결국 이날 공사단가 협의 의사를 밝힌 건설사의 현장 외에 나머지 30여 곳에서 일시적으로 공사를 중단한 것이다.

앞서 시멘트업계도 지난 1월 시멘트 가격을 1톤당 7만8800원에서 9만3000원으로 18% 인상해줄 것을 레미콘사에 통보했으며, 레미콘업체들은 건설사에 레미콘 가격을 25% 이상 인상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단가 인상 도미노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가파른 원자재값 상승 때문이다. 철근의 원료가 되는 국제 고철 가격은 14년 만에 처음으로 60만원선을 넘어섰으며,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가 줄어들면서 인건비도 매년 3~4% 상승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시멘트의 주원료인 유연탄의 경우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75%에 달한다.

하도급 단가 인상을 요구받는 건설사들은 일방적인 인상 통보에 반발하고 있지만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갈등이 건설 자재 전 분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납품사들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건축자재 비용 부담을 최대로 하고 있어 건설사 사정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으로 분양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월 전국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71.5로, 지난달보다 4.7포인트(p) 하락했다. HSSI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분양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주택사업을 하는 업체(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들)를 상대로 매달 조사한다. HSSI가 100을 초과하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것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전국 HSSI 전망치는 지난달 12.2p 큰 폭 하락한 데 이어 올해 들어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전달보다 22.7% 증가한 2만1727호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 처벌이 가능한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것도 건설사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붕괴사고로 중대재해법 보다 더욱 강한 법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강해지면서 더욱 센 법이 들어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축자재값이 올라간다고 분양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다"며 "분양시장 변화 등 사업 변수가 늘어나는 만큼 최대한 수익성 중심으로 대응책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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