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대(對)중국 무역 전략 새로 짜야

기술 격차 줄어들면서 수출 크게 감소, 4개월 연속 적자
우리 산업 비교 우위 전략 수립, 중국 ‘배려’ 외교도 필요??
2023-05-08 12:52:45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의 일등 공신 역할을 해왔던 중국과 무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4월 무역수지 적자는 26억2000만 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22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과 교역에서 적자가 지속되는 이유는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부터 이미 감소세를 보여 왔으나 올 들어 감소폭이 점차 커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2022년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4.4% 감소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1월 –31.1%를 기록한 것으로 시작으로 1월부터 4월까지 평균 감소율은 무려 –28.8%에 달하고 있다. 중국 기준 23개 주요 교역국 가운데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부진은 반도체의 영향이 가장 크다. 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올 1분기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은 글로벌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 감소했다. 이 중에서 대중국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31.7%를 기록한데 이어 올 1분기는 –44.5%로 더 나빠졌다. 중국 향(向) 반도체 수출 감소가 우리나라 전체 및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의 주요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과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대중국 교역구조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올 들어 대중국 무역수지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중국 무역수지 적자로 인해 국내 산업 전반의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힌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3년 628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에 12억1000만 달러까지 축소되었으며, 올 1분기에는 78억4000만 달러 적자로 전환했다고 말한다. 지난 몇 년간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는 2018년 이후 대 중국 수출이 감소 또는 정체를 보인 반면 수입 증가세는 지속되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보고서는 고위기술 제조업의 흑자 감소와 저위기술 제조업 적자 확대를 꼽고 있다. 

고위기술 제조업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0년 264억 달러에서 2020년 157억 달러로 줄었다. 우리나라는 고위 기술 제조업에서 중국보다는 경쟁력이 높지만, 중국의 기술력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관련 부문의 무역수지 흑자가 축소되고 있는 분석이다. 또한 저위기술 제조업의 경우 중국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010년 94억 달러에서 2020년 122달러로 증가했다. 한마디로 고위 기술의 경우 우위 유지 상태지만 따라 잡히고 있으며, 저위 기술은 이미 글로벌과 중국 내 경쟁력을 상실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문제는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 기술의 가파른 상승은 이미 몇 년 전에 예견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중간재 중심의 한·중 국제 분업 구조에서 탈피해 커지는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한 소비재 수출 전략을 수립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한·미·일 동맹이 구체화되면서 중국 내 반한 감정으로 인해 소비재 수출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중국 고립 정책으로 우리나라가 중국에 비해 절대적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도체 수출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코로나 사태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원인이기 때문에 중국의 리오프닝이 본격화되면 차츰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산업 대비 중국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응책 수립이 절실하다. 먼저 중국 산업 정책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우리 산업의 비교 우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 정부도 노력해야 한다. 한·미·일 중심의 외교 정책 강화로 우리 기업이 중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중국과 관계도 어느 정도 배려해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에 막대한 흑자를 안겨주었던 중국과 교역이 최근 적자로 돌아섰고 미국의 압력으로 중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의 시장 규모와 그동안 구축해온 양국 간 상호보완적인 산업 구조를 감안한다면 중국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정치·경제·문화의 모든 면에서 새로운 중국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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